작품 비평 <전주시립극단 봄날>
2022년 우리는 더 이상 폭력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는다.
전주시립극단 '봄날'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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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주시립극단은 1984년 초연작 이강백의 ‘봄날’을 앵콜 공연으로 선보였다.
이에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는 작년 성평등 예술비평학교(전라북도 문화예술 성평등 네트워크 주관) ‘문화예술다리미’ 1기를 수료한 ‘A’, ‘제이제이’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하는 설렘과 함께, 작품 배경인 동녀 풍속의 시대착오적 관점을 동시대 연극에 어떻게 녹여낼지 기대하며 작품을 감상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작품의 시대착오적 줄거리와 시대적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사 수위, 연출 방식에 대한 답답하고 무거운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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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제이 : 극의 주된 갈등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다섯 아들 사이에서 발생해요. 스토리의 모든 주체가 ‘남성’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어요. 등장인물 중 유일한 여성 캐릭터는 스님들이 떠맡기고 간 ‘동녀’에요. 저는 연극 중간에 나오는 8명의 여성 배우와 ‘동녀’가 극 속에서 철저히 주변인으로, 타자화되어 표현됐다고 생각해요. 특히 ‘동녀’라는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불편함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어요. 아버지의 양기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방에 끌려 들어가거나, 다섯 형제의 놀림으로 나무처럼 땅에 박히는 ‘동녀’를 보며 시대극을 핑계로 폭력을 우화, 희화화해 예술로 재현한 것처럼 보였어요.
제 불편함은 아버지에게 양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는 ‘동녀’의 대사에서 정점을 찍었는데요. 폭력을 모성애로 둔갑시키며 우리 사회에 왜곡되어 있는 순응적이고 희생적인 여성 이미지를 묘사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 왜곡된 여성상을 재생산하고 있는 연출에 시대의 역행을 느끼며 이 표현이 최선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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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 아버지가 자식들을 대하는 장면, 아들들이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 등 폭력을 미화하고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 위험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죽음을 언급하는 방식, 폭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장면으로 관객을 웃기려고 하는 걸 보며 저는 무서움을 느꼈거든요. 특히 놀린다고 말하면서 동녀를 가운데 두고 빙빙 돌며 성추행하다 땅에 심어버리는 장면은 끔찍하다 못해 절대 현실에서는 일어나거나 보여줘서는 안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모습이잖아요. 그리고 아버지가 어린 여성을 품고 잔다는 설정도 재현될 때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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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예술계는 관객들의 리뷰를 시작으로 재현 윤리에 대한 섬세한 고민이 확장되고 기존의 창작 과정과 표현방식에 대한 성찰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제2회 아르코 현장 대 토론회를 통해 창작 과정 속 재현 윤리의 의미와 과제를 다룬 바 있다.
이렇듯 봄날의 관객이었던 ‘A’, ‘제이제이’가 작품을 감상하며 느낀 불편함과 두려움은 비단 특정한 누군가의 예민함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설득되지 않는 여러 장면들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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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제이 : 세, 네 차례 정도 한복을 입은 다섯 명의 여성 배우가 무대에 나란히 등장해서 각각 다른 톤으로 봄에 관한 시와 소설, 신문기사를 낭독하는 장면이 나와요. 근데 의상과 분장, 대사톤이 일정하지 않아 시대와 지역을 가늠할 수 없었죠.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해석하기 어려웠어요. 이 장면들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것일까요?
- A : 중간중간 뜬금없이 여성들이 나와서 시를 읽거나, 극의 흐름과 상관없는 낭독을 하거나, 관객에게 동녀의 아름다움, 가족의 따스함, 애틋한 사랑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이상하고 불쾌했어요. 극의 흐름과도 전혀 상관없었죠. 그 장면은 그 어떤 서사적 연관성도 없어 보였고 시각, 청각 등의 요소로도 아름답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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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부분에 대한 ‘전북도민일보’의 김미진 기자의 리뷰기사도 아래와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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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부분은 원작에도 없는 극중 화자라는 역할의 등장이 되레 몰입을 크게 방해했다는 점이다. 극을 이어주는 이들 화자의 표현이 너무 과하기도 했고 혼잡스러웠다. 무대 위에 등장해서 갑자기 시와 소설을 낭독하는 장면은 뜬금없어 보였다. 봄과 관련된 작품을 낭독했던 것 같긴 한데 내용 파악도 어려운 데다 전체적인 극의 흐름과도 너무 언밸런스했다.”
출처 : 전북도민일보(http://www.domi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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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렛에는 ‘막간극을 통해 극을 의도적으로 과장하고 왜곡, 전도하여 관객에게 희극적 거리를 두는 장치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관객에게는 그 의도가 전혀 설득되지 않아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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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제이 : 아버지의 눈을 일시적으로 멀게 한 뒤, 재산을 나누고 집을 떠난 아들들이 먼 훗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습과 다섯 아들에 대한 분노가 회환으로 바뀌며 그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부성애, 가족애보다는 고루한 가부장주의에 대한 로망을 그려낸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전통적인 가치관이 나쁜 건 아니지만, 전통 가치관과 함께 현시대의 저항의식까지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 A : 극장에는 어린 관객도 많았는데, 그 아이들이 부모가 폭력을 가해도 존경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생각할까 봐, 엄마는 맞고 쫓겨나도 되는 존재라고 배울까 봐 걱정이 됐어요. 관객은 이 시대에 존재해요. 함께 미래로, 행복으로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우리를 야만의 시대로 끌어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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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022년을 살고 있다. 폭력을 ‘갈등’이라 부르지 않으며, 폭력의 원인은 가해자와 이를 방조한 사회에 있음을 알고 있다. 또한 피해자에게 화해와 용서라는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2차 피해’라 명명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봄날 속 에피소드를 그리움과 아련함으로 인식하지 않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읽어내는 관객이 현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폭력을 미학으로 정당화하는 과거의 표현방식이 현재에도 유효한지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by.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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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간지원)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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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활성화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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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2022 제6회 성평등콘텐츠대상
아이디어 공모전 |
2022년 전북 관광 유튜브
크리에이터 모집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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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문화재단
2022 동문클래스 참여 강사 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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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2022 에코페미니즘 임팩트 지원사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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