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연대기’ 전시처럼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시나요?
네. 저는 그래도 안전한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예술제를 주최하는 ‘성평등 전주’나 ‘JAWA’같은 기관(단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놀라웠고, 작품 전시 시작 전 ‘성평등 워크숍’이 진행됐는데, 참여자가 모두 여성예술인이었고 여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수평적이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저희 과는 여성이 훨씬 많아서 불편한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았어요. 여성의 의견이 잘 반영되는 편이었고요. 근데 학회장은 꼭 남자인 거예요. 그래서 이런 관행에 대한 불편함을 후배, 동기와 나누고 “우리가 나가보자!” 했어요. 그래도 학회장은 남자가 하게 되더라고요.
또 다른 건, 교수님이 성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불편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학교에 페미니즘 동아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네요. 결과적으로 페미니즘 동아리는 만들지 못했는데, 동아리를 만들려면 다른 동아리 장들에게 서명을 받아야 하거든요. 그 단계부터 불가능했던 거죠. 사람들의 선입견도 많았고요.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작품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검열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네. 항상요. 탈코르셋을 그리고 있는데 저는 화장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데 안 해야 되고, 그러다가도 왜 하는지 의문이 생기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 투성이었죠. 아까 제가 항상 부끄럽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는 작품이라면 상관이 없어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해도 ‘이건 내 얘기인데? 이건 내 삶을 그린 거잖아!’라고 하면 되니까요. 근데 ‘또래의 여성들의 삶을 그리고 싶다’, ‘메시지를 담고 싶다’ 이런 마음이니까... 그래서 더 검열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끝이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 봐요.
작가님의 작품이 여성 예술인들에게 어떤 희망이 됐으면 좋겠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말했듯이 저는 그림을 그릴 때, 검열을 심하게 했어요.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다르게 비춰지면 어떡하지?’ 자꾸 걱정하고.
돌이켜보면 옳기만을 바랐던 그때의 제가 안쓰러워요. 그래서 여성 예술인이 ‘여성을 위한 메시지’를 가지고 자꾸 검열하고, 불안해하고, 고민하지 않았으면… 그런 고통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