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의 관객이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성평등한 공연」

■ 나그네 (연평균 8회 지역 공연 관람)

“고전을 성평등 관점으로 재해석한 공연을 보고 싶어요. 고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도 의미는 있다지만 동시대 관객으로서 불편한 지점이 많아요. 시대의 흐름을 읽고 그 시대상을 반영한 고전의 비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 종귀르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지역에서도 퀴어한 작품을 보고 싶어요. 다양한 성별이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고요. 제가 봤던 작품들은 대부분 젠더 이분법적 캐릭터가 등장했었는데요. 맨박스나 우먼박스에 가두지 않은 캐릭터도 무대에서 보고 싶어요. 그런 작품을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다면 현실에서도 여자답게, ‘남자답게’가 아닌 나답게 살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

■ 트윙클 (연평균 10회 지역 공연 관람)

“대단한 서사를 가진 남성 캐릭터만을 주인공으로 하는 공연은 지겨워요. 저의 상황과 닮아있는 여성이 등장하는 공연을 보고 싶어요. 경력단절 여성이나 평범한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이 위로가 될 수 있는 공연이요.”

■ 멜랑꼴리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가부장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부성애만을 부각시키는 정상가족 중심 서사에서 탈피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엔 정말 다양한 가족형태가 있고 요즘은 혈연으로 엮여있지 않아도 공동체를 만들어 안전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새로운 가족형태가 많거든요. 공연 관람 후 다양한 공동체를 상상하고 그를 통해 안전한 미래를 그려볼 용기를 주는 공연이 있으면 좋겠네요.”

■ stranger (연평균 8회 지역 공연 관람)

“지역 공연이 보다 성평등한 소재로 작품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남성 중심의 서사로 가득한 작품들을 자주 접했지만 여성 서사 작품을 많이 접하지 못한 게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제가 본 지역 작품에서 여성 인물이 죽임을 당하거나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되는 부분이 들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나네요,”

■ 마돈나 (연평균 8회 지역 공연 관람)

“실력 있고 주체적인 지극히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지역 공연에서 보고 싶어요. 제 주변에 있는 많은 여성들이 사회와 조직에서 책임감 있게 자신의 역할들을 해나가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보면 여전히 여성은 민폐 끼치는 존재, 보호가 필요한 존재, 운이 좋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 같아서 화가 나요. 저번에는 공연을 본 관객들이 여성에 대해 편견과 혐오를 후기로 말하는 걸 들었는데 정말 답답했어요. 공연이라는 매체는 실제로 많은 관객들의 인식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 똥글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자신의 서사가 확실한 여성 캐릭터를 보고 싶어요. 최근에 본 공연은 여성이 주인공인데 직업이 뭔지도 나오지 않아요. ‘여자친구‘가 직업이자 유일한 서사죠. 오히려 남성 캐릭터는 보조 역할인데도 직업과 사회적 직위가 분명히 드러나고요. 그리고 왜 여성 캐릭터는 남성 캐릭터에서 존댓말을 하고 있을까요? 저는 작가가 성별 권력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성적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 남성 인물의 부속품처럼 느껴지는 여성 캐릭터는 그만 보고 싶어요.”

■ 릴라 (연평균 2회 지역 공연 관람)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를 조장, 재현 작품은 성평등 가치를 해친다고 생각해요. 배우들의 몸을 노출시키는 것에서도 섬세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정적인 장면에도 맥락이 필요하죠.” 

■ 이다 (연평균 2회 지역 공연 관람)

“여성이 엄마, 아내, 며느리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서사를 보고 싶어요. 사회의 일원으로 한 개인 여성이 성공을 일궈내는 작품이요. 남성을 욕망하거나 질투나 음모에 일생을 바치는 서사 말고요. 아! 워맨스도 보고 싶네요.”

■ 유규식 (연평균 1회 지역 공연 관람)

“불편함을 드러내는 공연이면 어떨까요? 누군가는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역 창작자들이 해주면 좋겠어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을 조명할 수 있기를 바라요. 사회적 소수자의 입장을 깊이 있게 들여다봄으로써 고민이 확장될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 핑크곤듀 (연평균 7회 지역 공연 관람)

“주류의 이야기가 아닌 비주류의 이야기가 드러난 공연이요, 그 공연을 통해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함께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의자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저는 모두 남성이거나 모두 여성인 공연을 원하지는 않아요. 여성들의 연대 서사나 여성주의적 관점을 가진 공연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만 여성을 객체화 시키고 성적으로 소비하고 물건처럼 비추는 공연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떤 소재의 공연이든 빻은 장면을 볼 때마다 더는 예술을 즐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빻았다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그려내지 않는 공연을 볼 때마다 빻았다라고 생각돼요. 연출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보리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공연을 통해 성별의 편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공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이라고 한다면 ‘여자라 실수를 했네, 남자니까 일을 더 많이 하지.‘로 설명되는 장면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와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의 맥락이 읽힌다면 어떤 성별을 그려내든 납득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 심심고양이 (연평균 5회 지역 공연 관람)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자 개인의 이야기를 보고 싶어요. 삶의 방향성과 지향하는 바가 잘 읽힐 수 있는 공연. 그리고 출연 예술인 개개인이 주가 될 수 있는 공연이면 더 좋겠네요.”

■ 변화 (연평균 12회 지역 공연 관람)

“다양한 여성들이 다양한 체형과 외모를 지닌 채 무대 위에 주체로 서있는 걸 보고 싶어요. 여성을 피해자로만 그려내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더 나아가 백래시를 견뎌내며 성평등의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지지, 연대가 될 수 있는 공연이면 좋겠습니다.

8월 호 요망에 예정되어 있던 ‘햄릿 : THE 부러진 검’ 비평이 실리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필자가 관람한 공연 회차에 코로나19로 인한 공연제작사 내부 사정으로 공연 내용이 변동되어 비평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8월호 망관부 포스터와 원고 내용이 다른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넓은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by.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