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전주에서 글 쓰고 있는 최아현이라고 합니다. 소설로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들어오는 요청에 따라서 이것저것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하고요.

문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원래 사학과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전공 수업도 듣고 싶어서 국문학과 복수 전공을 시작했어요. 국문학과 수업 중, 어떤 교수님이 4학년 학생들에게 ‘졸업 전에 신춘문예 한 번 내봐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 소설을 썼고 등단도 하게 된 거죠. 원래는 글 쓰는 학예사가 되고 싶었어요. 정보성이 강한 글을 쓰려고 했던 거였죠. 그런 제가 소설을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신춘문예 당선 이후, 중간에 회사에 다니면서 글 안 쓰고 도망 다니기도 했어요. 지금은 진득하게 글쓰기에 집중하려고 해요. 잘 안되는 것 같지만요.

소재가 생각나지 않을 때 글을 쓰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생각이 안 나면 그냥 안 써요. 그래서 글을 쓰게 만드는 건 마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돈을 받기로 했고, 마감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엇으로라도 쓰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어떤 것을 정하면 거기에 맞춰 일단 써 보기도 하고요. 창작이 막힌 다는 느낌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제가 천재성이 있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쓰기보단 ‘이렇게 써야겠다.’ 계획하고 가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그 안에서 진행되는 것은 막히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수정하기 싫은 거죠. 그러니까 노동하기가 싫은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땐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단순노동인 청소를 해요. 청소만큼 단순하게 집중하면서 생각을 없앨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으니까요.

작품 중 페미니즘을 녹여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무언가를 의도하거나,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썼으면 좋았겠지만 대체로 그렇진 않아요. 저의 일부를 주인공의 성격으로 사용하거나 제 주변 사람의 일부를 활용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쓰게 되는 이야기들이 페미니즘과 만나는 것 같긴 해요. 등단작도 엄마의 갱년기와 딸의 사춘기가 겹치며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다음 작품들은 엄마가 사라져서 딸이 대신 김장하러 가는 이야기, 시어머니와 잘 지내던 여성이 남편과 이혼했다는 말을 못 해 3년 동안 명절을 같이 보낸 이야기죠. 아르코 누리집에 공개되어 있어요.

망관부 8월 호 주제는 사랑인데요. 작가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했다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썼을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숭고함’으로 신격화된 느낌도 있고, 이성으로 한정되는 관계부터 그들 간의 성적인 부분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작은 조각처럼 여기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여전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 사랑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간헐적으로 생각하는 무언가가 아닐까 싶어요. 뭉근하게 오래가는 것, 질리지 않는 것. 비유를 해본다면 ‘발견’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인지하고 마주치는 것인데 그냥 지나치느냐 아니면 발견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노래가 그렇잖아요. 아무 생각 없이 듣던 곡이 어느 날 갑자기 더 좋아지는 순간이 오는 것. 그게 사랑을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로 활동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겪으셨던 일이 있었나요?

이 부분은 항상 고민스럽고 조심스러운데요. 일단 작가는 개인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다고 느껴요. 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요. 요즘 어떤 사람들은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질린다고 표현해요. 무책임하고 불쌍한 소시민 아버지가 주체인 이야기는 개화기 때부터 들었으면서 말이죠. 여성은 젖가슴으로 비유되는 어머니 아니면 창녀로만 등장했던 문학계에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여성의 이야기, 분노에 가득 찬 여자들의 이야기를 실컷 볼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물론 괴롭거나 피로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함께 계속해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서사에 대해 남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계시네요.

창작자와 연구자의 성비가 확연히 차이 난 탓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과거 문학에서 여성은 주로 어머니 아니면 창녀로 표현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연구되기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제가 전공이 사학이어서 그런지 문학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예술적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대한 전달만큼이나 기록으로써 의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성 서사에 대한 기록물이 계속 쌓이다 보면 미래에 ‘이런 경험을 한 세대가 쭉 이어져 왔구나!’라는 어떤 맥락이라도 만들어질 거잖아요. 이게 10년, 20년, 40년, 50년 쌓였을 때에는 어떤 흐름으로써 작용할 수도 있는 거고요.

여성 예술인으로 현시점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어떤가요?

지금은 생존하는 것이 목표인 것 같아요. 기록할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또 한편으로는 지금 현대 사회가 예술인이 살아남기 쉽지 않은 사회라고 느껴져서 생존의 필요성을 쉼 없이 느끼고 있어요. 살아남아야 떠드니까요.

세상의 모든 여성 예술인에게 작가님은 어떠한 희망이 되고 싶은가요?

사례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렇게도 사는구나.’, ‘사람이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라는 어떤 사례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돈을 많이 벌지도 않고, 문학계 중앙에서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시도하고, 살아 있어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제 모습이 어떤 선택지나 사례가 될 수 있다면 엄청 영광일 것 같아요.

오늘도 열심히 생존하는 우리의 삶,

조금은 생동감 있게 한발 한발 나아가 봅니다.

by. 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