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전국지방동시선거에 대하여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5인의 목소리
제8회 전국지방동시선거
2022년 6월 1일, 광역단체장(시·도지사), 교육감, 기초단체장(자치구·시·군의 장), 지역구광역의원, 지역구기초의원, 비례대표광역의원, 비례대표기초의원을 뽑는 제8회 전국지방동시선거(이하 지선)가 열렸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세 달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야 모두가 반드시 권력을 쥐어야 하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 실패와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 각종 프레임과 갈라치기 등 여성 혐오로 점철된 정부를 막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약은 경제와 부동산, 각종 개발과 혁신만을 외치고 있을 뿐, 여성과 예술인을 위한 공약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겪은 전북여성문화예술인연대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이곳에 풀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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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이번 전국지방동시선거(이하 지선)에 투표 하셨나요?
- 종기 : 저는 고향이 인천인데, 고향 친구들이 전라도에서 투표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우스갯소리로 그러더라고요(웃음). 그래도 투표를 하러 갔는데 투표소에 저밖에 없어서 좀 당황했어요. 다들 투표를 많이 안 한 것 같아요. 전북 투표율을 50%도 못 넘긴 게 체감돼요.
- 루피 : 주소지가 엄마 집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투표를 할까 말까 고민했어요. 뽑고 싶은 사람도 없었고요. 그런데 뉴스에서 선거에 공식적으로 투입되는 돈이 3천억 원이 넘고, 투표를 안 하면 유권자 한 명당 만 원 이상을 날리는 거라는 기사를 보고 투표를 했어요. 안 그럼 제 세금이 헛되게 쓰이게 되는 거잖아요.
- 보듬 : 후보와 대략적인 공약은 플래카드나 유튜브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선거 당일 일어나서 후보 공약집을 몇 시간 동안 읽어보고 비교했어요. 같은 의제에 대해 자매랑 이야기하면서 다른 시선도 공유하고요. 사실 이렇게까지 알아본지 얼마 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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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지방선거, 그동안 얼마나 관심 있었나요?
- 페콤 : 고백하자면 18년도 지선 때는 투표를 안 했어요. 사람들이 거대 양당 말고는 선택지에 안올리는 것 같아서요. 그러다 올해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때 여성 혐오, 장애인 혐오, 소수자 혐오가 판을 치는 걸 보면서 이번 지선에는 투표를 꼭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요. 어떤 사람들이 나왔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관심 있게 봤죠.
- 뚱이 : 투표는 국민의 의무이고 권리니까 매번 하긴 했는데, 공약집을 열어본 적은 없었어요. 공약은 당선되기 위한 감언이설이지, 실제로 이행하지 않을 거라는 불신이 컸거든요. 한 번은 회사가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어요.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어 동료에게 물어보니 시의원이 회사 측에 지시했다는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시의원, 도의원이 우리에게 그리고 문화예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 느꼈고 앞으론 꼼꼼히 알아보고 투표하자 결심했죠.
- 루피 : 우리는 지역에서 살고 있으니까, 지선이 대선보다 훨씬 우리에게 밀접할 거란 말이에요? 대선은 모든 언론과 매체가 끊임없이 다루고 스토리 구성을 하는데, 지선은 흥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전혀 없어요. 게다가 이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이 (표심을) 잡고 있어서 가만히 있어도 후보의 자질과 상관없이 당선이 되고...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쇄신되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보니 지선에서도 현타가 와서 투표를 할지 말지까지 미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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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반응으로 느끼는 이번 지선은 어땠나요?
- 페콤 : 제 딸의 수학선생님의 딸이 이번에 후보로 나왔는데요. 당선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젊은 여성이 되어서 기뻐요. 정치계에 청년과 여성이 더 많아지길 바라요.
- 보듬 : 주위에서 생각보다 투표를 많이 안 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직접 말은 안 했지만, ‘너희는 정치로 어떤 피해를 봐도 욕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마음에 드는 사람 없으면 사표라도 내지. 그 사표가 주는 힘이 있는 건데.
- 뚱이 : 저는 출근 전에 투표를 하고 왔는데 저희 할머니가 얼굴도 모르는 애들 뽑아서 뭐 하냐고 하시더라고요. 다 돈 벌려고 나오는 애들이고 뽑아도 당신에게 어떤 이득도 없다 고요. 근데 우리 할머니 대선 투표는 열심히 하세요. 이렇게 모두가 대선과 지선 사이에서 온도차가 있는 것 같아요.
- 루피 : 사람들이 왜 이렇게 지선에 관심이 없을까요? 회사의 월급 주는 사장을 투표한다고 하면 엄청 알아보고 목숨 걸고 투표할 텐데요. 방금 나온 말들을 정리해 보면 누가 사장이 될지 뻔히 알아서 생긴 학습된 무력감과 나에게 별로 영향이 없어서 생긴 무관심인데, 저는 그만큼 정치가 일을 못했다고 생각해요. 지선은 지역 의제가 담긴 만큼 계속적으로 토론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진짜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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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선에서 아쉬운 점, 솔직하게 털어놓는다면?
- 루피 : 후보가 ‘우리 시(또는 구)에 어느 정도 예산이 있다. 나는 이 예산에 어떤 우선순위를 두어 어떻게 쓰겠다.’고 밝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보나 토론 자리도 없는 것 같고, 예산안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곳에서 후보의 신념을 소개하는 채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또 아쉬운 거 하나는, 후보자들 중에 여성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는 거요. 도지사 자리에는 조배숙 후보가 있었지만 시장, 교육감같이 중요한 자리에서는 여성 후보가 전무했어요. 그나마 지금껏 싸워 와서 얻은 게 시의원, 비례대표 자리 정도. 그마저도 당에서 공천을 결정하는 게 중년 남성이잖아요. 여태껏 전북에서 여성 도지사가 아무도 없었다는 거부터가 틀려먹었어요.
- 보듬 : 루피님 말씀에 공감해요. 다들 공약들은 번지르르하게 내놓았는데, 세수 확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말이 전혀 없어요. 다 시민들 세금이고 제 돈인 건데. 게다가 후보뿐만 아니라 여성예술인들을 위한 공약 자체도 전무해요. 제 선거구의 모든 후보 중에 서윤근씨만 유일하게 여성과 문화예술인을 위한 공약이 있더라고요.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예요. 표가 안 되면 공약도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 페콤 : 지금 시장은 개발보다 도시재생과 문화 쪽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에 당선된 시장 공약에는 다 ‘개발’밖에 없어요. 새만금 개발, 야구장 신설, 종합경기장 개발... 쇼핑몰도 기업에 넘기고, 한옥마을도 더 이상 슬로시티여서는 안 되고 무조건 빠르고 개발되어야 사람들이 온다고 하잖아요. 글쎄요. 조지훈씨는 그나마 지역재생 관점이 있었는데 공천을 받지 못했어요. 공천을 받은 우범기씨는 행정가 출신이라 모든 게 가성비와 결과 중심이에요. 저는 이 공천부터가 잘못됐다고 봐요.
- 종기 : 저는 이번에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공약집이 하나도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앞으로는 이주여성 후보나 장애인 후보처럼 당사자성이 있는 후보가 나오면 좋겠어요. 유세 기간에 거리에서 본 플래카드에는 여성 후보자는 ‘똑순이’, ‘국가유공자의 딸’, 남성 후보자는 ‘잘생긴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더라고요. 더 이상 여성이 누군가에게 소속되거나 똑똑함, 똑 부러짐으로 대표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책 위주가 아닌 외모로 홍보하는 남성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방식은 이제 너무 올드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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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원하는 전주 모습을 알려주세요!
- 보듬 : 지금 우리는 충분히 잘 먹고 잘 사는데 왜 이렇게 끝없이 욕심들을 낼까 싶어요. 6⸳25 때도 아니고 먹을 것, 잘 곳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생활도 안정되었는데 개발 신화에 빠져서 각자만 잘 살려고 하는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밖에 보이지 않아요. 전 공존과 보호를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줬는데요, 득표율이 10%밖에 안 돼서 참담했어요. 뭐가 중요한지 알리려고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을 해왔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저는 10%의 소수이고 유별난, 현실감각 없는 사람으로 보이겠구나 하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오랫동안 살아왔고 또 앞으로도 살아갈 만큼 전주가 개발에만 집중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 보듬어주는 정이 넘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 뚱이 : 공감해요. 피렌체가 오랜 역사가 쌓여 문화 도시가 됐듯이, 전주에도 꾸준한 시민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기간을 못 견디고 계속 개발을 해요. ‘전주는 멋진 도시야, 우리만의 소중한 터전이야’ 이런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자부심도 없고 당장 먹고살기 바빠 개발을 선택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닌 도시가 돼 버릴 거예요. 저보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 이상주의자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텐데 우리를 대변하는 후보자가 없다고 느껴져요. 그래서 다당제가 더 절실하고요.
- 루피 : 얼마 전 서울에서 내려온 예술인과 대화를 나눴는데요. 전주는 낙후되고 노후된 곳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맞아요. 전주는 낙후됐고 서울은 화려하죠. 그런데 그 논리대로라면 '모든 예술인들이 서울로 갔어야 하는데 예술인들은 왜 전주에 남아있을까?' 질문을 던진다면 개발과 같은 가치에 공감하지 않고 지역에서 다른 가치를 발견하려고 있는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음, 지역의 가치는 돌봄 공동체이지 않을까요? 경쟁의 관점에서는 도태됐을지 몰라도, 돌봄이 우리를 안전하게 만드는 거죠. 청년들에게 취직할 기업도 없고 취업도 힘들지만 공동체 속 교류라는 가치요. 그런데 이 가치가 옳다고 말해주는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리더가 개발을 외치며 자꾸 패배감을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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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우리가 꿈꾸는 여성예술계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 뚱이 : 회사에서 전시를 하는데 늘 하던 사람만 해요. 남성 예술인이요. 작품도 디스플레이도 엉망진창이지만 회사에서는 계속 그 분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지역 여성 예술인을 발굴할 생각은 하지도 않아요. 제가 지역 여성 예술인을 리스트업 하다가 선임에게 호되게 혼난 경험도 있고요. 그래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막막해요. 어쩌다 여성 예술인과 함께 해도, 기득권자(남성 예술인이나 사측 직원)의 눈치를 보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회의 자리에서도 의견을 피력하기보다는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요. 이런 모든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보듬 : 남성 예술인들, 남성 직원, 남성 주무관... 이들은 서로 호형호제하며 그 ‘라인’을 타고 그들끼리 밀고 당겨줘요. 그들만의 아주 끈끈한 연대가 있죠. 저에게는 너무 믿고 사랑하고 의지할 여성 선배들이 있지만 저를 끌어줄 만큼 성공했거나 자원이 풍부한 선배들은 많지 않아요. 그 분들은 경력단절로 고민하거나 저처럼 ‘내년에 뭐 먹고 살지?’ 하는 똑같은 고민을 하거든요. 여성들도 진출하고 성공해서 서로 끌어주고 돕고 돌봐주고 싶어요.
- 루피 : 시장이 바뀌면 앞으로의 예술계가 바뀔 가능성이 농후해요. 재단의 경우엔 임원이 바뀌게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는데, 해당 분야의 전문성보단 캠프를 도왔던 사람들이 등용하는 경우가 있어요. 재단은 기조와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재단이 시장 밑이 아닌 독립된 기구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현재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경우에 9 대 1로 철저히 남성 위주의 이사진으로 꾸려져 있는데요, 예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런 비슷한 상황일 때엔 정말 난리가 나서 여성위원, 소수자성을 가진 위원이 위촉됐어요. 지역 예술계도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고 결정권자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해요. 자기검열 없이요. 전 무조건 버티겠어요. 악착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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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나고 마음속에 맺혀있던 말을
속 시원히 풀어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당선자들의 4년간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지역의 여성 예술인들이 살기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낼 거라고 다짐하며 글을 마칩니다.
by. 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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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WA
2022 제 3회 페미니즘 예술제
전시 작가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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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임을 여는 이 : 바닥
격주 금요일 저녁에 모여
각자 자기글을 쓰는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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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2년 예술인 역량강화 지원사업
멘토링 프로그램 <기획서 작성법>
참여자 모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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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아울식탁 비건 프로그램
7월 참여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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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예술인에 대한 응원, 뉴스레터에 대한 피드백 등
구독자님의 소감을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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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wa2019@naver.com 문의사항은 메일로 회신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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