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공연을 찾는 전북인을 위한 안내서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 ‘몽연-서동의 꽃'

2022. 7. 13.

누구나 자신의 SNS를 관리하는 시대!

온라인을 통해 가감 없이 콘텐츠를 비평하는 관객들의 후기를 읽다 보면

동시대 관객의 성평등 의식은 예술 현장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창작물은 성평등을 말하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수용하고 있을까?

4인의 관객이 성평등의 시선으로 읽어낸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

‘몽연-서동의 꽃'

‘몽연-서동의 꽃’은 판소리 댄스컬로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이 제작한 ‘전북브랜드 상설공연’ 4번째 레퍼토리다. 지역 공연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장기 공연 예정이며, 회당 20명 가까이 되는 배우가 출연하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먼저 본 관객이 안내하는 예술 작품 속 성평등 지수!

*벡델 테스트와 자체 고안한 성평등 점검 항목 표를 중심으로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 ‘몽연-서동의 꽃’을 들여다본다.

*벡델테스트란?

미국의 만화가 엘리슨 벡델(Alison Bechdel)이 1985년에 그린 만화 대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벡델의 만화 속 여성 캐릭터는 ‘두 명 이상의 여성이 등장해야 하고, 그 둘이 서로 대화해야 하며, 그 대화가 남성과 관련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영화만을 본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영화 속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의 부차적인 존재가 아닌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이 지표는 영화의 성평등 정도를 확인해 보는 방법이 되었다.

‘몽연-서동의 꽃’은 벡델 테스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남성 캐릭터 간의 대립 서사를 중심으로 표현한 장면이 주를 이루며, 여성 캐릭터는 한 장면을 제외하고 모든 장면에서 남성 캐릭터와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소리 댄스컬’이라는 장르 특성상 등장인물이 대사를 주고받지 않아 벡델 테스트로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성평등 점검 항목표>

1.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외형적, 감정, 사회적 지위 표현

2. 작품 속 혐오 표현 및 폭력 재현에 따른 트라우마 요소

3. 작품 속 문화 다양성 요소

1. 작품 속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외형적, 감정, 사회적 지위 표현

1-1. 작품 속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외형적 표현

▶ 남성

- 앙상블 배우들의 신장과 체격이 다양함

- 헤어스타일이 자유분방하여 동일한 의상을 입어도 특징 파악이 가능

▶ 여성

- 앙상블 배우들의 신장과 체격이 일정함

- 가르마를 탄 한 갈래 묶은 머리로 헤어스타일이 동일함

- 개인의 특징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장이 일정함

1-2. 작품 속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감정 표현

▶ 남성

- 분노, 쟁취, 성취, 쾌락, 배신감, 동료애, 호기심, 즐거움 등

모든 장면에서 도전적이고 능동적인 감정 표현을 주체적으로 보여줌

▶ 여성

- 슬픔, 한스러움, 불쾌함, 절망, 두려움, 안도, 감격 등

- 수동적인 감정 표현이 주를 이뤘으나, 상대를 유혹하는 한 장면에서만 주체성을 드러냄

1-3. 작품 속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성별에 따른 사회적 지위 표현

▶ 남성

- 왕, 무사, 악당, 주술사, 채취 농 등의 역할

-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가해 행위자인 경우가 대부분임

▶ 여성

- 노예, 공주, 시녀, 무당, 포로, 등의 역할

- 첫 장면부터 피해자로 등장함

2. 작품 속 혐오 표현 및 폭력 재현에 따른 트라우마 요소

- 전쟁 속 학대 장면에서 여성 앙상블 배우가 직접적 피해자로 등장하여 물리 적 폭력 및 성추행 표현이 재현됨으로 관람에 주의를 요함

- 선화공주와 귀랑의 안무에서 성추행 표현이 구체적으로 재현됨으로 관람에 주의를 요함

- 왕과 시녀들의 유희 장면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가 극대화되는 장면이 등장하므로 관람에 주의를 요함

3. 작품 속 문화 다양성 요소

- 장면 전환 시 활용되는 영상 자막이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동시 송출돼 외국인 관객의 이해를 도움

4인 관객의 종합 의견

▶ 관객 A (20대 여성) : 배우들의 땀과 열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으나, 성폭력 재현 장면이 미학적으로 강조 표현되는 것이 불편했어요. 아동이나 청소년 관객들이 단체 관람이라도 온다면 걱정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 관객 B (20대 남성) : 무대, 음악, 조명 등이 화려해서 볼거리가 많았고 배우들의 외모도 출중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여성들의 머리를 잡아채거나 성폭력 장면이 묘사될 때는 깜짝 놀랐어요. 지금 시대에 저래도 되나 싶었어요.

▶ 관객 C (30대 여성) : 젠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특히 남성 앙상블은 모두 주체성을 가지고 개별적 특징이 보였는데, 여성 앙상블은 무대 장치처럼 느껴져서 안타까웠어요.

▶ 관객 D (30대 여성) : 전쟁과 학대를 표현하는 모든 장면에서 여성은 피해자로, 남성은 가해자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연출의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연출이라면 젠더 프리 캐스팅을 했을 거예요.

나이와 성별, 공연예술 향유 경험이 각기 다른 4인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겼다. 공연이 끝난 직후 ‘벡델 테스트’와 자체적으로 고안한 ‘성평등 점검 항목 표’를 작성하고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 자유롭게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벡델 테스트와 성평등 점검 항목표가 결코 해당 공연의 모든 점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성평등한 공연을 찾고 있는 관객들에게 이 글이 일종의 안내서가 될 수 있기를 요망한다.

by.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