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을 일상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2010년 출범한 행정기관으로 여성 인권 증진을 비롯해 청소년 및 가족 사무를 관장하는 곳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20대 남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왜 여가부 폐지가 공약이 되었고 힘을 얻었는지,

혐오 정치에 대해 지역 여성 예술인 시선으로 묻고 답한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 오리온 : 여성가족부 이름을 살펴보면 ‘여성’과 ‘가족’이 붙어 있잖아요. 이렇게 두 개의 주체가 붙어있는 정체성이 참 모호해요. 왜 여성과 가족이 함께 붙어야 할까요? 지역에도 ‘여성청소년과’처럼 여성이 독립된 주체가 아니고 가족의 양육자나 청소년의 돌봄자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요. 여가부 지원의 경험이 있다면 폭력 예방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고요.
• 종 구 : 여가부에서 한부모가정 지원 사업을 해요. 제가 한부모가정 지원 사업 도움을 받았거든요. 이렇듯 여가부에서 하는 사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단 보이지 않더라도 젠더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애쓰고 있어요. 실제로 바뀐 부분들도 있고요. 그런데 여가부 업무를 젠더 관점이 없는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로 이관하라?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해요.
• 이방인 : 사실 업무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요, 이번 계기로 자세히 찾아봤는데 여성 일자리 상담, 청소년 상담 1388, 여성긴급전화 136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 꼭 필요한 사업들을 많이 운영하더라고요. 필요한 사업들인데 왜 폐지를 하나 생각이 들었어요.
• 보 듬 : 저도 다른 부서한테도 그렇듯이 여가부의 업무에 대해서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부서의 업무를 얼마나 잘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여가부가 가진 어떤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여가부를 없애자는 거는 단순하게 한 개의 부서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우는 혐오 정책의 일환이구나. 라고요.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들었던 기분과 생각을 나누어요.

• 오리온 : 콧방귀도 안 뀌었죠. 제가 기억하기에 맨 처음 발단이 윤석열 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 가족부 폐지’ 근거 없는 한 문장만 썼던 거예요. 이게 먹힐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요. 당연히 사람들이 그를 수준 떨어지고 무식한 인간이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글에 동의한 사람들이 글을 나르고 퍼지고 재생산되면서 우리가 엄청난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고요. 혐오의 기류에 올라탄 교활한 전략이에요.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지목 당하고, 끌어내리고, 화형을 시켰던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어요.
• 종 구 : 당시 윤석열 후보가 그 글을 올린 시점이 '무고죄 처벌 강화'랑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개인정보보호' 이야기가 나왔을 때와 겹쳐요. 그래서 성범죄 가해자를 보호하는 의도가 너무 뻔히 보였어요. 지금도 안전하지 못한데 앞으론 더 여성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되겠다고 느껴졌고요.
• 파 이 : 과거에는 정치인들이 지역갈등을 조장해 표를 얻었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 먹히잖아요? 그래서 윤이 새로운 패러다임 그러니까 젠더 갈등을 조장했다고 생각했어요. 이 폭탄을 던져 결국 그는 대통령이 됐지만 전 혐오와 갈등으로 물든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가 걱정 돼요. 정치는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일인데, 혐오와 갈등이 정치의 필수 요소가 돼 버린 것 같아요.
• 보 듬 : 일반 시민이 여가부를 폐지하자고 하면 힘을 못 얻는데, 공인이 하면 말이 달라져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게 합리적이고 합당한 근거가 되어 버려요. 저는 요즘 이런 혐오가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동물까지 뻗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강약약강’인거죠.

여가부 폐지, 이러한 여성 혐오가 정책공약으로 나온 건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입니다. 왜 이 공약이 통했을까요?

• 오리온 : 가부장으로 회귀하고 싶은 본능 때문이라고 봐요. 우리 아빠는 이득을 보며 살아왔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 여성들의 환경과 처우가 훨씬 더 나아졌는데 왜 여자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그래? 이건 역차별이야! 이렇게 이어지는 거죠. 타자화를 통해 자신의 당위성을 찾는 인간들이 있어요. 백인은 흑인을 통해 그래왔고, 남성은 여성을 통해 그러고 있죠. 일베글 81만 건을 분석한 김학준 작가 자료에 따르면, 일베의 혐오 대상이 코로나 발발 때 중국인 혐오를 제외하고 여성 혐오가 늘 1위였어요. 한 쪽에서 평등을 외칠수록 반대쪽에선 혐오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자기가 그동안 누려왔던 지위를 뺏긴다고 느끼니까요.
• 종 구 : 최근 이준석 대표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의 여성 중에 본인이 1년에 여성부에서 1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봤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까.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제대로 알아보면 여가부는 정부 부처 중에 예산이 제일 적은 곳이고, 그마저도 청소년과 가족 지원에 70-80%가 쓰여요. 그런데 여가부가 여성만을 위한 부처인 것으로 선동을 하는 거죠.
• 파 이 : 기득권인 대한민국 남성은 세상이 성평등하다고 생각하며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인정하지 못해요. 여성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죠. 그러니 혐오 정치가 먹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이 ‘김치녀’와 ‘김치남’ 사건을 이해한다면 갈등은 사라질 거라고 생각해요. 기득권 남성에게 ‘김치남’은 개인의 기분을 조금 나쁘게 하는 단어라면 약자인 여성에게 ‘김치녀’는 생존을 위해 나에게서 지워야 하는 모습이라고 느끼니까요. 그 단어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여성의 심정을 이해하길 바라죠. 늘.

여가부는 성평등한 사회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생긴 한시적 부처인데, 지금 사회는 성평등하기 때문에 폐지하자는 논리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지역 여성 예술인이 생각하는 지금의 사회는 어떤가요?

• 파 이 : 그들이 이 사회가 성평등 하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여성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는 생각 때문일 거예요.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 노예 제도를 생각해 보면, 노예는 자기 할 말을 못 하거나 원하는 걸 먹지 못했잖아요? 그들에겐 이런 게 불평등인 거죠. 하지만 여성이 평등을 외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로 평등이 보장됐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에요. 말만 할 수 있을 뿐, 반영되고 나아지는 건 거의 없으니까요.
• 오리온 : 그들이 성평등하다고 하는 이유는 명백해요. 여성이 남성과 학교를 같이 다녔고, 순위라던가 등급을 같이 매기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젠더 폭력의 피해자가 어느 성별인지, 유리천장이 어떤 성별에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지금의 사회적 구조가 성평등 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어요.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지역 문화계, 특히 행정중심으로 판을 짤 때 남성 기획자, 예술인을 호명하는 것을 자주 목격해요. 이에 문제 제기를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지역에 여성 기획자, 예술인이 없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에게는 왜 여성 예술인들만 데리고 행사를 하냐고 해요. 본인들이 공연을 남성과 하는 건 남성 기획자, 예술인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는 거고, 제가 여성들을 데리고 하는 건 잘못된 거라는 혐오 논리를 내세우죠. 전북지역의 문화 재단 이사진 성별이나 윤 정부 장관 성별이 어떠한가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 알 수 있죠.
• 종 구 : 돌이켜보면 2016년 이전에는 문화예술계 내에 성희롱⸳성폭력 교육이나 지침이 전혀 없었어요. 지역에서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혀있는 지역 특성상 고발하기 어렵고, 예술인들이 신고할 수 있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성희롱⸳성폭력 신고상담센터는 서울에 위치해 있어서 원활한 소통도 어렵고요. 제가 느끼는 문화·예술계는 성희롱⸳성폭력 사각지대예요.
• 이방인 : 저는 전에 활동하던 단체를 나오고 지금 단체에 안착했어요. 이 단체에서는 굉장히 안전하고 성평등 하다고 느꼈는데 반해 이곳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는 순간 전혀 다른 세계 같아요. 어떨 때엔 연습을 나가기 싫을 정도로 스트레스에요. 안전하지 못하단 감각 때문에 연습 공간에 가면 불안하고 긴장하게 되고, 나이 많은 남성 대표들은 어린 여성 단원들에게 쉽게 말을 놓고. 회사는 월급을 보고 버틸 수라도 있지만, 창작 작업은 동기들과의 상호작용이라서 동기부여가 안 돼요.

만약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우리 지역 여성 예술인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고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 파 이 : 저는 페미니즘을 잘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여가부가 폐지되고 사회가 더 불평등하게 퇴보를 해도, 퇴보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
• 보 듬 : 교육 쪽만 하더라도 매년 하던 성평등 관련 사업이 윤 정부로 바뀌자마자 시행이 중지됐다고 해요. 퇴보는 이미 시작됐어요. 여성예술인들이 사업에 많이 참여하는 성평등전주도 전주시와 행정안전부로 운영이 되고 있지만 성평등과 관련된 만큼 앞으로의 존폐가 걱정돼요.
• 오리온 : 사실 여가부 폐지 이야기가 나오면 괜찮은 척해요. 하지만 진짜 불안해요. 여가부가 일을 못하니깐 부처를 없애야 한다는 논리이면 모든 부처와 정부까지 다 없애야 해요.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나 여자애들이랑 말도 안 섞을 거야’ 생각하는 펜스룰도 비슷한 사례잖아요.

'여가부에 남성들을 위한 사업이 없기 때문에 이는 역차별이고, 여가부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해주세요.

• JAWA : 지금 내가 느끼는 손해나 불공정이 여가부 폐지와 지원금 이관으로 인해 소외계층이 느끼는 두려움, 막막함보다 과연 더 클까요? 2030 남성들도 가부장제의 피해자들이에요. 성평등이 여성만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두를 위한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존재와 성평등은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마지막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백래시와 혐오 정치가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기나긴 터널도 언젠가 끝이 있듯, 지역 여성 예술인들이 서로 연대하고 응원하며 보듬어주면 어두운 혐오의 시대도 언젠가 지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by. 알드

전북 거점형 양성평등센터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수강생 모집

사단법인 아이엠

연습실 대관 공고